『유학생의 점심시간은 단순한 식사 시간이 아닙니다 – 적응의 출발선입니다』
제가 상담했던 학생 중 다수가 첫 주 점심시간을 “가장 무서운 시간”으로 기억해요. 낯선 환경,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아무도 모르는 식당 구조. 그 안에서 빈자리를 찾고, 용기 내어 앉는 것부터가 도전이죠.
어떤 학교는 지정석 없이 자유석이고, 어떤 곳은 학년이나 활동 그룹별로 테이블이 나뉘어 있어요. 규칙을 모르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벌써 테이블이 다 찼다는 학생도 있었죠.
“처음 며칠은 일부러 늦게 갔어요. 눈치도 덜 보고, 자리를 찾는 부담도 덜하니까요.”
“어색했지만, 매일 같은 자리에 앉다 보니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친구가 생겼어요.”
부모님들께서 “우리 애가 친구는 잘 사귈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시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건 “불편한 상황을 피하지 않는 힘”이에요.
처음엔 그냥 옆자리에 앉아 “Hi” 한 마디만 해도 충분합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존재감을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서서히 스며들게 돼요.
유학 초기엔 “딱 맞는 친구를 찾겠다”보다 “괜찮은 자리에 앉고, 익숙해지는 것”이 더 현실적이에요.
저는 학교 방문 시 점심시간을 꼭 지켜봐요. 말 없이 혼자 식사하는 학생이 있는지, 친구들끼리 대화가 자연스러운지, 신입 학생에게 자리를 내주는 분위기인지 등.
가끔은 돔티처나 ESL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조용히 와서 옆에 앉아주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세심한 지원이 있는 학교는, 확실히 적응 속도가 다릅니다.
출국 전에 저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식사 시간에 혼자 앉게 되더라도, 아이를 나무라지 마세요.”
점심시간은 학생 스스로 적응의 단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이에요. 빠른 적응도, 느린 적응도 모두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반복되는 시간 안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거예요.
학생의 점심시간은 단순한 ‘밥 먹는 시간’이 아닙니다.
누군가와 나란히 앉고, 눈을 마주치고, 말 없이도 익숙해지는 공간이죠.
유학피플은 단순히 학교만 연결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친구를 사귀고, 어느 순간 관계가 시작되는지,
그 첫 단추까지 함께 고민하고 설계합니다.